제주 일기 : 제주도 자매여행 Day 5 – 비양도에서 시작된 하루, 그리고 두 자매의 한적한 제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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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2일 일요일

 

제주살이도 어느덧 5일 차.
이젠 아침에 눈을 떠도 낯설지 않고,
제주의 공기와 풍경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딸을 공항에서 보내고 난 이틀째,
언니와 단둘이 보내는 제주에서의 시간은
조금 더 여유롭고, 조금 더 조용하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비양도'

비양도를 향해 출발하기 전부터
마음속에 조용한 설렘이 맴돌았다.
작고 한적한 섬, 그리고 바다 건너 펼쳐질 그곳의 풍경이
왠지 오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양도는 그 이름부터 잔잔한 파도를 떠오르게 한다.
배를 타고 짧은 시간을 건너 도착한 섬은,
예상대로 고요했고, 다정했다.
큰 관광지처럼 번화하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 사람의 손때가 덜 묻은 자연과
섬을 오가는 주민들의 정겨운 기운이 있었다.

섬을 걷다 보면 바다 내음이 더 진하게 코끝을 자극했고,
걷는 속도도, 말하는 속도도 점점 느려졌다.
그 속도에 맞춰 마음도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제주 일기 : Day 5 – 비양도에서 시작된 하루, 그리고 두 자매의 한적한 제주살이
비양도항


비양도의 놀라운 생명들 – 선인장과 도마뱀, 그리고 펄렁못

비양도 곳곳을 걷다가,
노란 꽃이 피어 있는 선인장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말없이 동시에 발걸음을 멈췄다.

누가 심어놓았을까?
아니면 제주가 원래 간직해온 생명일까.
거칠 것 없고 강인한 그 모습 위에
선명하게 피어난 노란 꽃은
고요한 풍경 속에서도 반짝이며
"여기, 살아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노란 선인장꽃 (백년초)

 

그 옆을 살금살금 기어가는 도마뱀 한 마리,
햇볕이 내리쬐는 돌 위를 장난치듯 빠르게 움직였다.
우리의 시선을 알아차린 듯,
잠깐 멈추었다 다시 돌 뒤로 사라지는 뒷모습까지
순간이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살금살금 기어가는 도마뱀 친구

 

걷다 보니 ‘펄렁못 습지’에 다다랐다.

비양도 동남쪽에 위치한 '펄렁못'은 염습지로서 바닷물이 지하수로 스며들어 간만조 수위를 형성하고 있다.
'펄렁못' 서쪽 능선에는 해송과 억새, 대나무등 다양한 식물 251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과거 저지대에는 경작지로 사용되어 왔다.
'펼렁못'에는 야생 식물로 지적된 황근, 해녀콩, 갯질경이, 갯하늘지기, 갯잔디가 군란하고 있으며 겨울철에는 청둥오리, 바다갈매기등의 철새가 서식한다.

 

섬 한가운데 습지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그 이름처럼 잔잔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물빛이
왠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듯했다.

햇살을 머금은 습지 위로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연둣빛 식물들이 펄럭이며 인사했다.
마치 "어서 와, 제주 안에서도 특별한 이곳에"라고.

펄렁못 습지

 

이 조용한 섬 속의 작은 생명들이
자연 속에서 얼마나 묵묵히 살아가는지를 보고
우리도 괜히 더 차분하고 고요해졌다.


‘보말 이야기’에서 먹은 따뜻한 보말죽

비양도에서의 점심은 ‘보말 이야기’라는 식당에서 보말죽으로 결정!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바닷마을 특유의 향기,
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앉을 수 있는 작은 야외 테이블이 마음에 들었다.

보말은 제주 바다에서만 채취되는 작은 고동류인데,
그걸 넣어 끓여낸 죽은 바다 향이 진하게 스며 있었다.

보말이야기 / 보말죽

첫 숟갈을 뜨는 순간,
살짝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보말의 식감도 쫄깃하고 고소해서
한 숟갈 한 숟갈, 놓치지 않고 꼭꼭 씹어 먹게 되는 맛.

언니와 나는 말없이 죽을 먹으며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제주다.”

그 한 마디면 충분했다.


저녁 - 초계닭칼국수 

오늘의 저녁은 무더위를 날려줄 음식,
초계닭칼국수’였다.

식당 이름은 '돔베고기 닭칼국수'.

시원한 국물과 닭가슴살,
쫄깃한 수제 면발이 어우러진 초계국수는
여름의 더위를 잊게 해주는 최고의 메뉴였다.

식당에서 언니와 오늘 다녀온 비양도 이야기를 다시 나눴다.
바다와 섬, 그 고요했던 시간들이
칼국수 한 그릇에 또 한 번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숙소 근처 마트에서의 작은 쇼핑

저녁을 든든히 먹은 뒤,
오늘의 일정은 아주 소박하고 현실적인 ‘마트 쇼핑’.
숙소인 제주 라온CC 골프클럽 빌리지 근처 마트에 들러
채소 몇 가지, 과자, 그리고 떨어진 린스를 구입했다.

늘 특별한 것만이 여행의 전부는 아니란 걸
이런 시간이 알려준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사소한 물건들이
이국적인 공간에서 다시 중요한 존재가 되는 순간.

장을 보면서 언니와 나눈 대화,
물건을 고르는 사소한 취향의 차이까지
모두가 오늘 하루의 한 조각이었다.

숙소로 돌아온 밤,

제주 라온CC 골프클럽 빌리지의 조용한 밤공기가
오늘 하루의 여운을 천천히 감싸 안는다.

멀리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넓고 정갈한 숙소의 구조,
오늘 산 채소가 냉장고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모습까지—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이 평범한 하루가
왠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오늘 하루를 한 문장으로 남긴다면

“섬처럼 고요한 하루, 그 안에 다정한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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